구륙 동기들 모이는 카페가 싸이월드에 있다. 졸업한지 벌써 10년이 넘어 각자 가는 길도 많이 달라지고, 1년에 한 번이나 만나서 술 한 잔 하면 반가워도 따로 자주 연락은 안 하게 되고, 그나마 가끔 누구 결혼한다 아기가 돌이다 그런 소식 주고 받는 곳인데, 어제 오랫만에 새 글이 있어서 누구 결혼하나보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9일 친구 하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글을 읽었다.
여기 있으니 조문도 못 가고. 마음이라도 보내자고 동기들 전화번호 뒤져서 국제전화를 거는데 바쁜지 다들 전화도 안 받고. 그러는데 줄줄 눈물이 난다. 사람이 죽었는데 그깟 몇 만원 조의금이 무슨 소용이야. 생전에 같이 술이나 한 잔 더 마실걸. 뭐하고 사는가 연락이나 자주 할걸. 바쁘다고 미루지 말고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볼 걸.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는지, 그때 무슨 얘기를 했는지, 아무 생각이 안 나서 가슴이 미어진다. 같이 수업 듣고 만화영화 보러다니면서 낄낄거리고 장난치던 생각만 나고. 교양관 로비에서 어제 술 많이 마셨냐 얼굴이 왜 그렇게 부엉이 같으냐 시시한 농담이나 하던 생각만 나고. 나 힘들다 사람 좋아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렵냐 바보 같은 연애상담을 하면 진지하게 들어주던 아직 애티가 남은 스무 살 안짝의 얼굴만 생각나고. 베프니 절친이니 그런 거 난 잘 모르겠는데, 동기들은 말 그대로 친동기처럼 형제같고 식구같아서, 곰살맞게 좋은 말만 해주던 네가 여자애면 참 좋겠다고 그럼 더 재밌게 놀았을텐데 그런 얘기도 맨날 했었지.
왜 혼자 그렇게 힘들었니. 우리 이제 겨우 서른인데, 뭐가 그렇게 힘들고 급해서 먼저 가버렸니. 이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지만, 먼 길 혼자 가는 길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. 다 잊고, 무거운 짐 내려놓고, 이제 편하게 쉴 수 있기를 빌게. 잘 가라 친구야.